부정수급 몰이에 화난 활동보조인·이용자 "이게 어째서 부정수급입니까?"
활보·이용자 복지부 앞에서 증언대회 열어 복지부, 경찰 등 성토
 
등록일 [ 2016년05월12일 19시54분 ]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이 12일 정부세종청사 복지부 앞에서 진행한 바우처 폐해 증언대회.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활동보조인과 이용자들이 12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 찾아갔다. 부정수급 색출에만 혈안이 된 경찰과 사회보장정보원, 복지부에 직접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경기도 김포경찰서는 지난해 초부터 지역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와 활동보조인 전수 600명의 개인정보를 조사해 지난 4월 30여 명을 부정수급 혐의자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사회보장정보원은 지난해 말부터 부정수급을 감시한다며 전국적인 전화 모니터링 조사를 벌였다. 전화를 받지 못하거나 통화 당시 이용자와 함께 있지 않았던 활동보조인에게는 그 시간 일하고 있었음을 증명하라고 요구했다.

복지부 또한 활동지원서비스 제공을 바우처 형태로 민간 중개기관과 활동보조인에게 맡기고, 이에 대한 감시는 강화해왔다. 복지부가 제출한 활동지원서비스 부정수급 처벌을 강화하는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2015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2014년에는 1000여 명에 이르는 활동보조인과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부정수급을 수사하는 인천지방경찰청에 넘겨주기도 했다.

마치 활동보조인과 이용자를 국가 보조금을 탐내는 범죄자로 만드는 이러한 정부의 행위는 활동보조인과 이용자들을 좌절, 분노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활동보조를 하고 있는 ㄱ 씨는 지난 4월 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소명서 지출을 요구받은 의정부 지역 활동보조인 58명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이용자의 약을 사기 위해 이용자의 옆을 떠나있었다는 이유로 부정수급을 의심받았다.

"비도 오고 하면 이용자 모시기 힘드니까, 장애인콜택시나 저상버스 없으면 다니기 힘드니까 저 혼자 가서 (약) 타온 것이라고 하니까, (사회보장정보원 직원은 바우처 결제) 종료하고 가래요. 이용자가 아파서 이용자 약을 타러 가는데 왜 내가 퇴근하고 가야 합니까? … 그래서 자기네들은 담배 핀다고 나가는 시간 퇴근하고 가냐고 (묻고 싶어요). 내가 아파서 약 탄다고 하면 당연히 부정수급이지. 이용자가 아파서 약 타오는건데, 그러면 어느 누가 그걸 부정수급이라고 할 거에요. 본인들도 없을 거에요."

ㄱ 씨는 "그 일로 우울증도 심하고 안 좋았다. 이용자 만나고 (그동안) 행복하게 지냈는데, 도둑 취급 받고 사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경기도 김포시에서 뇌병변장애학생 등하교를 지원하는 활동보조인 ㄴ 씨도 경찰로부터 부정수급을 의심받아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환수 당했다. ㄴ 씨는 "단말기 접촉이 잘 안되어 소급 결제 했는데 (경찰이) 이렇게 왜 했냐면서 환수했다"라며 "한 번은 30분, 40분 지나도 단말기 접속이 안 돼서 나중에 한 번에 결재 했는데, 그것도 환수 처리 됐다"라고 털어놓았다.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 이경호 씨(지체장애 1급)는 최근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것이 매우 언짢아졌다. 활동보조를 하거나 받는다는 이유로 정부의 감시를 받는 것이 개인의 자유를 짓눌렀던 과거 독재정권 시절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광고 전화가 많아서 02로 걸려오는 전화를 잘 안 받아요. 근데 저한테도 (사회보장정보원) 전화가 몇 번 왔던 거죠. 나는 우연하게 받았는데, 전화 안 받은 이유로 58명이 소명을 하는거에요. … 옛날 5공화국 때 말입니다. 술집에서 소주 한 잔 먹으면서도 눈치보던 기억이 나요. 삼청교육대 끌려가고 그랬잖아요? 지금 그런 생각이 드는거야. (활동보조인들이) 활동보조 해 준다고 경찰이 우리 위치추적하고, 핸드폰 단말기 위치추적하고. 무슨 죄가 있어 힘들고 어려운 장애인들, 박봉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그런 짓을 할까요. 민중의 지팡이 답게 불편한 사람 도와줘야 하는거 아니야, 경찰이. … 차라리 활동보조 안 받고, 떳떳하다고 소리치고 싶다니깐."

이 씨는 "경찰이라면 재벌 세금 탈세 감시하고 범죄자 잡아야 하는데, 장애인 활동보조인들처럼 힘 없고 뒷 배경 없는 피래미 건드리는거 아닌가"라며 "우리 장애인들과 활동보조인을 뒷조사했으면 사과해야 하는데, 경찰은 (개인정보 수집을) 계속 하겠다고 한다. 그런 게 범죄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증언대회를 진행한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아래 활보노조)은 "국가보조금의 부정을 막는다는 이유로 인권침해와 노동감시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라며 "이용자들도 서비스를 받기 위해 자신의 사생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언제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가는지 경찰에 정부에 보고해야 하는 것이 이용자들의 처지"라고 성토했다.
 

활보노조는 "정부는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국민의 인권을 무시로 침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사회서비스 바우처를 폐기하라"라며 복지부에 "이용자에게는 권리로서 서비스가 보장되고 활동보조인에게는 질 좋은 일자리가 보장되는 사회보장시스템을 만들라."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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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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