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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상담실


뇌병변장애에 발달장애까지 있는데… 활동보조 시간은 겨우 ‘하루 5시간 30분’
탈시설 장애인 윤여빈 씨 “시설에 다신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울음
이의신청했지만 총 164시간 받아… 장애인들 국민연금공단 항의 방문
 
등록일 [ 2017년08월22일 17시41분 ]
 
 

지난 7월, 탈시설해 지역사회에 나온 윤여빈 씨는 뇌병변 1급에 발달장애2급으로 중복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윤 씨는 식사부터 신변처리까지 일상생활에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이지만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총 164시간의 활동보조시간만을 판정받았다. 윤 씨가 22일 국민연금공단 관악지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시설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도와주세요. 시설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시간 많이 받아서 제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습니다. 지역에서 살고 싶어요.”

 

윤여빈 씨는 “시설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반복하며 고개를 떨군 채 두 눈이 벌게질 때까지 울었다.

 

뇌병변 1급에 발달장애2급, 그리고 뇌전증장애까지. 중복장애가 있는 윤 씨는 9살 때 장애인거주시설에 입소해 15년을 살다가 지난 7월 주몽재활원에서 나왔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은 그에게 활동보조 시간으로 하루 5시간만을 줬다. 수많은 것을 꿈꾸며 지역사회에 나왔건만, 하루 24시간의 삶이 ‘5시간’에 갇히면서 그는 또다시 집에 갇혔다. ‘먹고 자고 싸는’ 시설에서와 같은 삶을 지역사회에서도 하게 될 줄이야. 그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윤 씨를 지원하고 있는 한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2일 오후 2시 국민연금공단 관악지사 앞에서 윤 씨에 대한 활동보조 등급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국민연금공단 관악지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씨는 기자회견 내내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한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2일 오후 2시 국민연금공단 관악지사 앞에서 윤여빈 씨에 대한 활동보조 등급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국민연금공단 관악지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씨가 살았던 장애인거주시설은 장애아동시설로 성인이 되면 퇴소해야 했다. 윤 씨는 시설에서 나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동료들을 보며 자립생활을 희망하게 되었고, 올해부터 한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위탁운영하는 장애인자립생활주택에 입주해 살고 있다.

 

윤 씨는 자립생활을 위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했다. 하지만 장애등급은 3급에 활동지원 시간은 고작 71시간에 불과했다. 윤 씨는 이의신청을 했다. 그 결과 2급으로 등급은 상향됐지만 활동지원시간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했다. 현재 윤 씨는 복지부로부터 기본 94시간에 1인 가구 추가급여로 20시간, 자립준비로 20시간을 받고, 관악구 추가지원 30시간을 합해 총 164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야간 및 공휴일 할증을 적용하지 않으면 최대 하루 5시간 30분 정도 사용할 수 있으나 할증을 적용하면 3시간도 안 되는 시간이다. 식사, 세면, 화장실 이용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에 활동보조가 필요한 중증장애인인 윤 씨에겐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시설에서 먹고 자는 거, 단체생활이 너무 싫었어요. 거기선 먹고 자는 시간이 따로 있고 담당 선생님만 따라다녀야 해요.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많았어요. 그래서 하루빨리 나가고 싶었어요.”

 

‘하루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에 그는 2015년에 서울시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에 자립생활주택 입주지원을 신청했으나 탈락했다. 그 후 2년을 기다려 올해 겨우 나온 시설이었다.

 

“영화관 가서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가고 동료들이랑 만나 얘기도 하고 싶어요. 그런데 저 혼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밥 먹는 것도 어려워요. 활동보조선생님이 집에 가고 밤에 혼자 있으면 불안해요. 혼자 있으면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가고…. 활동보조인이 옆에 있으면 좋겠어요.”

 


양선영 한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윤 씨는 중복장애에 뇌전증장애까지 있어 언제든 발작으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후의 상황이 너무 염려된다. 그러나 현재 활동보조 시간이 너무 짧아 시설에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윤 씨의 활동보조인인 한정희 씨는 “처음 만났을 때 윤 씨는 하고자 하는 게 많은 젊은 아가씨였다”면서 “그러나 현재 시간으로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고 시설에 있었던 그 모양 그대로 집에서만 있어야 하니 자립 의지가 서서히 꺾이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활동보조 시간이 좀더 확보되어 25살의 여성이 누려야할 시간을 윤 씨가 한껏 누렸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영철 새벽지기장애인자립지원센터 소장은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주택은 운영되고 있으나 정작 그 안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활동보조시간을 정부가 충분히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소장에 따르면, 현재 새벽지기센터에서 운영하는 자립생활 주택에도 발달장애인 남성 2명이 거주하나 두 사람의 활동보조 시간을 합쳐도 겨우 188시간에 불과하다. 한 사람당 94시간으로 하루 3시간 꼴이다. 오 소장은 국민연금공단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받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 소장은 “자립생활주택에서 살아가는데 활동보조시간이 부족해 일상생활을 제약받는다면 이는 자립생활주택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자립생활주택이 제도화되고 올해도 25곳 이상이 운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안에서 사는 발달장애인의 활동보조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오 소장은 “이는 윤 씨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자립생활 주택에서 사는 발달장애인의 인권이 걸린 문제”라면서 “이를 위한 투쟁이 전개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기자회견 후 국민연금공단 측과 면담한 양선영 소장은 “현재 윤 씨는 등급 자체를 변경하는 변경신청을 한 상태인데 내일 심의위원회가 열린다. 우선 그 결과를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