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매주 목요일, 복지예산 확대 요구하며 청와대까지 행진”
국회 예산심의 열쇠 쥔 기재부, 이번에는 만날 수 있을까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위한 예산 쟁취 결의대회 열어
등록일 [ 2019년10월31일 22시19분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31일 오후 4시, 농성 중인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완전 폐지를 위한 예산 확충을 요구하며 매주 목요일마다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박승원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완전 폐지를 위한 예산 확충을 요구하며 매주 목요일마다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예산의 키’를 쥐고 있는 홍남기 기획재정부(아래 기재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투쟁의 목소리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 5개 장애인단체는 지난 22일부터 기재부가 건물주인 ‘나라키움 저동빌딩(서울 중구 삼일대로 340)’ 1층에서 홍 장관과의 만남을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이 건물 10~15층에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있다.
하지만 전장연 등은 “농성을 시작한 지 열흘을 맞았지만 기재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31일 오후 4시 인권위 앞에서 예산쟁취 결의대회를 열었다.
장애계는 기획재정부가 건물주인 인권위 건물에서 31일 기준으로 농성 열흘째를 맞이했다. 농성장을 지키는 활동가 뒤로 “홍남기 장관 만납시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을 죽이지 말라”는 글자가 보인다. 사진 박승원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장애등급제 폐지’가 7월 1일 시행됐으나 ‘31년 만의 장애인정책 변화’라는 정부의 입장이 무색할 정도로 장애인과 가족의 삶에는 변화가 없다. 장애계는 장애등급이 중∙경증으로 바뀌었을 뿐 예산 확대는 이뤄지지 않아 장애인연금, 활동지원서비스, 주간활동지원서비스 등 주요한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장애등급제가 진짜 폐지되려면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2020년 장애인복지 예산안도 장애등급제 폐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며 “내년 정부의 총 예산안은 ‘슈퍼예산’이라고 불릴 만큼 500조 원이 넘지만, 장애인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평균 4분의 1에 불과하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예산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예산 배정 우선순위에서 장애인이 배제된 것을 의미한다”라며 “장애등급제가 진짜 폐지되기 위해서는 기재부가 장애인 복지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준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홍남기 기재부 장관과의 만남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김 공동대표는 “그동안 장애계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도 만나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만났다. 하지만 유독 홍남기 기재부 장관만은 만나지 못했다”라며 개탄스러워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31일 오후 4시, 농성 중인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박승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31일 오후 4시, 농성 중인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박승원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조직국장은 “우리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의 삶을 보장하라’고 외치며 이곳뿐만 아니라 청와대 앞에서도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부양의무자 기준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신청하는 사람에게 수급자의 재산이 아니라 부양의무자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수급권을 박탈하는 나쁜 선정기준”이라고 꼬집었다.
정 조직국장은 “부양의무자 기준 역시 정부에서 단계적으로 폐지한다고 하나 구체적 계획이 없다”면서 “2018년 10월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됐지만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은 폐지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인권위 농성장과 부양의자 기준 진짜 폐지를 촉구하는 청와대 앞 농성장, 이 두 농성장을 잇는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오후 5시경, 50여 명의 참가자는 청와대 앞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농성장을 향한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홍남기 기재부 장관과 복지부 예산 증액을 위한 면담이 이뤄질 때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행진을 이어갈 예정이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청와대 농성장을 향해 행진했다. 정성철 빈곤철폐연대 조직국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박승원
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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