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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핑계로 기준중위소득 인상률 고작 2.68%… 역대 정부 중 가장 낮아
기재부, 명확한 근거 없는 압박으로 2차례 삭감 끝에 기본인상률 1%로 확정
회의 안건에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아닌 ‘완화’ 담겨… 정부 약속 어디에?
 
등록일 [ 2020년07월31일 23시45분 ]
 
 

1596213190_74571.jpg장애인들이 31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열리는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목에 밧줄을 걸고 2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에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계획을 담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정부가 코로나19를 핑계로 기초생활수급비와 70여 개의 복지제도의 수급 선정 기준을 결정하는 기준중위소득을 고작 2.68% 인상(4인 가구 기준)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된 지난 20년 동안, 역대 정부 중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이러한 터무니없이 낮은 인상률에는 또다시 기획재정부(아래 기재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오후 2시,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린 제6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아래 중생보위)에서 내년도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이 4인 가구 기준 2.68%로 결정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의료급여 폐지 여부가 포함된 ‘제2차 기초생활보장 기본계획(2021~2023)’은 논의조차 되지 못해 8월 중에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날 논의된 ‘기준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한 12개 부처의 73개의 복지제도에서 수급자 선정 기준 등으로 활용된다. 특히 이는 기초생활보장의 생계급여 보장수준까지 결정한다. 예를 들어 현재 생계급여는 가구 소득이 기준중위소득의 30% 이하인 사람에게 기준중위소득의 30%인 52만 원(1인 가구 기준)을 지급한다.

 

그러나 기준중위소득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 2년 동안 고작 2%의 평균 인상률을 보였다. 기초생활보장제도 20년 역사상 역대 정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같은 기간 최저임금 인상률 14%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 등은 “낮은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은 복지제도 선정 기준을 낮추고, 이로 인해 실제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을 제도에서 제외시켜 수급자들의 급여수준을 하락시켰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1596208962_29555.jpg1일 오후 2시, 제6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생계급여의 현실화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외치고 있다. 사진 이가연

 

기준중위소득 인상되자 10년 동안 쪼개서 인상하겠다는 기재부

 

특히 내년도 기준중위소득 결정에 있어 달라진 점은 가계금융복지조사의 반영 및 가구균등화지수 변경이다.

 

그동안 기준중위소득은 가계동향조사를 이용해 결정했지만, 작년에 국가통계위원회의 공식통계자료로 가계금융복지조사가 채택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금융복지조사는 가구의 재무건정성과 연간소득의 구조 및 분배상황을 파악하는데 더 용이하다. 이에 따라 기준중위소득 결정도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되었으며, 이러한 조사 기준 적용 시 기준중위소득이 인상된다. 빈곤사회연대에 따르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활용해 측정한 기준중위소득은 2020년 기준중위소득보다 약 30만 원(1인 가구 기준) 더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는 아무런 논리적 근거도 없이 가계동향조사와 가계금융복지조사의 3년 평균 인상률의 중간값으로 2.9%라는 낮은 인상률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빈곤사회연대는 “이는 가계금융복지조사 3년 평균 인상률인 4.21%에 비해 낮을 뿐 아니라, 두 조사의 중윗값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전혀 반영되지 않은 안이었다”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결정된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에서는 가계금융복지조사가 제대로 활용되었을까? 시민사회에서는 가계금융복지조사로의 통계자료 이행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완수해 격차를 축소해야 한다며 단 년 혹은 최대 3년의 이행시간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31일, 중생보위 회의 결과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에서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활용해 산출했다”고 하면서도, “가계금융복지조사와의 격차 축소 필요성 및 최근 경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26년까지 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즉,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가난한 이들의 생계를 결정하는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을 6년에 걸쳐 쪼갠다는 것이다.

 

이러한 복지부의 입장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예산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기재부이다. 이번 중생보위 회의에서 기재부는 3년도, 6년도 아닌 무려 10년에 걸쳐 천천히 격차를 줄여나가자고 주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중생보위 위원은 “기재부가 계속해서 10년을 주장했지만, 위원 대부분이 6년을 주장해 다수안인 6년으로 결정되었다”라고 밝혔다.

 

1596209806_63079.jpg서울 정부종합정사 앞에서 회의결과를 기다리던 한 참가자가 ‘되기도 어렵고 살기도 어려운 수급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급여수준 현실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가연

 

기재부, 코로나19·마이너스 성장 핑계 삼아 두 차례씩 삭감해 기본인상률은 고작 1%

 

나아가 올해부터 적용되는 가구균등화지수 변경으로 가구별 인상률이 달라졌다. 가구균등화지수란 서로 다른 가구규모 및 가구원의 구성별로 소득과 지출 수준을 비교하기 위한 지수이다. 그동안 정부는 기존 1·2인 가구를 생활실태 대비 저평가한다는 지적을 받아 작년 말, 기준중위소득 산출방식을 개편하는 TF를 구성해 새로운 가구균등화지수를 마련했다. 이번 가구균등화지수의 변경으로 1인 가구의 경우, 기준중위소득에 있어 가구 중 가장 높은 인상률인 4.02%(기본인상률 1%, 통계자료 변경 반영 3.02%)로 조정되었다.

 

그러나 오늘 있었던 중생보위 회의에서는 기재부의 압력으로 인해 기본인상률이 1%로 낮게 결정되었다고 전해졌다. 이날 중생보위 회의에 참여한 한 위원은 “원래는 최근 3년간의 평균 중위소득 인상률을 적용해야 하지만, 기재부가 명확한 근거 없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악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하면서 낮은 인상률을 주장했다”라고 설명했다. 원칙대로라면 최근 3년간의 가계금융복지조사의 평균 상승률은 4.6%이다. 그러나 기재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작년 인상분인 2.9%를 삭감하고,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며 근거 없이 다시 0.7%를 삭감하는 바람에 기본인상률은 고작 1%로 결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공동행동은 “이번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인 2.68%(4인 가구 기준) 중 매년 달라지는 살림살이에 대한 반영은 단 1%, 우리 사회 실제 평균과 동떨어져 있던 기준중위소득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는 1.68%의 인상만 반영했다”라며 “단 1%의 인상 결정은 기초생활보장제도 20년 역사 최초의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회의 결과에 대해 공동행동 등은 ‘문재인 정부의 빈곤정책에 낙제점을 줄 만한 실책’이라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이번 결과는) 기재부의 폭거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무관심이 빚어낸 비극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런 기준중위소득 인하가 코로나19를 핑계로 일어났다”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앞으로 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심의하는 차기 중생보위 회의까지 광화문광장 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결의했다. 이들은 정부가 약속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이행할 낌새도 보이지 않자, 지난 23일부터 광화문역 해치마당에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1596209100_31102.jpg31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중생보위 회의 결과를 기다리던 중, 수많은 경찰들이 도로에서 피켓을 들려고 하는 한 장애인 활동가를 에워싸 진압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1596209274_55028.jpg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경찰에 진압되어 도로위에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사진 이가연

 

의료급여는 ‘폐지’ 아닌 ‘완화’만? ‘제2차 기초생활보장 기본계획’ 의결 미뤄져

 

게다가 오늘 있었던 중생보위 회의 안건에는 의료급여에서의 ‘완화’ 계획만이 담긴 것으로 확인되었다. 더군다나 이날은 이번 중생보위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꼽힌 의료급여에 있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논의하는 ‘제2차 기초생활보장 기본계획’에 대한 의결이 진행되지 않고 8월 중으로 또다시 미뤄져,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애가 타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017년 8월 25일,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외치던 광화문 지하 농성장을 찾아가 제2차 기초생활보장 기본계획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계획을 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또한 지난 7월 3일에 중생보위 회의가 열렸던 코리아나 호텔 앞에서도 박 장관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7월 14일, ‘한국판 그린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생계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만 공언했을 뿐, 의료급여에 대한 내용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전날(30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에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집 앞을 찾아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와 현실성 있는 기준중위소득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어 31일에도 절박한 심정으로 서울 정부청사 앞에 모여 5시간 동안 중생보위 회의 결과를 기다렸다. 이 과정에서 두 명의 장애여성이 정부청사 입구 앞에서 중생보위 위원들과 박능후 장관에게 피켓을 보이려 나섰다가 수많은 경찰들에 의해 과도하게 진압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의료급여에 있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다음 회의 때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우리의 투쟁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 코로나19가 가난한 이들, 취약계층에게 더욱 차별적이었음을 보았지만 포용적 복지를 주장하는 정치세력은 반성도, 배움도 없다”면서 ‘2차 계획’에 의료급여 폐지 계획이 담기도록 남은 시간 동안 강력히 투쟁할 것을 밝혔다.

 

1596208656_34796.jpg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이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제60회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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