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가 낮다는 이유로 의료급여 환자를 건강보험 환자와 차별해 온 용인정신병원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시정 권고를 내렸다.
인권위가 9일 발표한 권고문에 따르면, 용인병원유지재단이 직영하는 용인정신병원, 위탁 운영하는 서울시 정신병원(2015년 시 직영 전환)과 경기도립 정신병원 등은 1984년부터 의료급여 환자와 건강보험 환자를 분리 수용해왔다. 또한 의료급여 수가가 건강보험 수가보다 낮다는 이유로 급식, 온수, 환자복 및 이불, 청소 등을 제공할 때 의료급여 환자들을 건강보험 환자들과 다르게 대우해왔다. 이에 병원 노동조합은 환자들을 부당하게 차별했다며 병원 측을 인권위에 진정했다.
국가는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료로 월 97만 5000원, 건강보험 환자의 입원료로 100만 8120원을 병원에 지급한다. 또한 식대의 경우도 의료급여 환자는 1식당 3390원, 건강보험 환자는 1식당 5310원을 제공한다. 이를 근거로 인권위가 계산한 월평균 1인당 수가는 의료급여 환자 120~140만 원, 건강보험 220~240만 원으로 100만 원 가량 차이가 난다.
이에 병원 측은 직접 조리한 식품을 제공한 건강보험 환자들과 달리 의료급여 환자들에게는 통조림류 반찬과 건더기가 적은 국을 제공했다. 특히 밥은 2016년 6월까지 잔반을 다시 쪄서 제공하는 경우가 잦았다. 의료급여 환자들은 질이 낮은 밥조차도 충분한 만큼 받지 못했다.
이들 병원은 온수도 건강보험 환자들에게는 하루 24시간 제공했으나, 의료급여 환자들에게는 하절기 2시간, 동절기 4시간밖에 제공하지 않았다. 이에 겨울철에 환자들에게 피부병이 발생하는 등 위생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겨울철 난방도 건강보험 환자 병동은 반팔을 입을 정도로, 의료급여 환자 병동은 두꺼운 외투를 입어야 할 정도로 차등을 뒀다.
이들 병원은 환자복도 건강보험 환자들에게는 온전한 옷을, 의료급여 환자들에게는 헌 옷, 찢어진 옷 등을 제공했다. 그나마도 환자복 수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겨울철에 의료급여 환자들에게 반바지를 제공하거나, 대소변을 본 환자들을 속옷만 입힌 채 내버려두기도 했다. 이불도 건강보험 환자들에게는 겨울용 이불을 추가로 지급했으나, 의료급여 환자들에게는 모포 1장만을 추가 지급했다.
아울러 병원 측은 2016년 6월 기준 건강보험 환자들을 3~4인실에 수용하고, 전원 개인 침대를 지급했다. 그러나 의료급여 환자들에게는 주로 온돌형의 6~9인실에 수용했고, 일부에게만 침대를 제공했다. 또한 이미 온돌형 병실에 허가병상수를 초과했는데도 신규 의료급여 환자를 수용하면서, 환자들이 서로 부딪히며 상해를 입히는 일이 잦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병실 청소는 건강보험 병동은 1일 2회 3시간, 의료급여 병동은 1일 1회 2시간만 이뤄졌다.
또한 이들 병원은 의료급여 병동에 적절한 시설 관리 인원을 배치하지 않고, 환자들에게 시설 유지 노동을 사실상 강요하기도 했다. 2016년 상반기 기준 용인정신병원 33명, 도립병원 5명의 환자들은 식당 조리 보조, 청소, 물품정리 등 업무를 하고 월 6만 2000원에서 22만 원을 받았다. 병원 측은 작업 치료라고 주장했으나, 별도의 작업치료실, 작업치료사 등은 없었다.
이러한 사실들을 두고 인권위는 용인정신병원 등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의료급여 수급자라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재화와 용역을 불리하게 대우한 차별행위(인권위법 2조 3호)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급식비를 제외한 입원비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으므로 의료급여 환자들을 달리 대우할 이유가 없으며, 잔반을 다시 제공하는 등의 행위는 급식비 차이가 크다도 해도 정당화되기 어려운 행위로 보았다. 인권위는 의료급여 환자를 노동에 동원한 것은 작업치료 외에 노동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정신보건법 41조 3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용인정신병원 등에 △의료급여 환자들에게 적절치 않은 음식물 제공 금지 △온수, 환자복 등 서비스를 제공할 때 의료급여 환자와 건강보험 환자 평등 대우 △환자들에게 작업치료 명목으로 노동 강요 금지 △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인권교육 등을 권고했다.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등에게는 용인정신병원 등에 경고 조치를 내리고, 관내 정신보건시설에서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다만 인권위는 용인정신병원 등이 의료급여 환자 200명을 보호의무자 동의 없이 강제로 퇴원시킨 것이 부당하다는 진정을 두고는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고 환자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