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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원은 왜 치매 환자를 병원이 아닌 격리감금방에 보냈나
감금혐의 희망원 간부 2차 공판… 증인신문 과정서 격론
검사 측 “관련 법령에 심리안정실 근거 규정 없다” 주장
 
등록일 [ 2017년03월30일 10시33분 ]
 
 

대구시립희망원이 내부 규칙을 어긴 생활인의 징벌을 위해 만든 격리·감금실인 ‘심리안정실’의 불법성 여부를 놓고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29일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 제3형사단독부(판사 염경호)는 희망원의 전·현직 원장 2명을 비롯한 희망원 간부급 종사자 7명의 감금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검찰은 희망원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이성교제, 사행행위, 금전거래 등 내부규칙을 위반한 생활인 302명을 총 441회에 걸쳐 평균 11일(최장 47일)간 ‘심리안정실’이라는 명칭의 독방에 강제격리했다며, 이들을 불구속기소 했다. 지난 8일 열린 1차 공판에서 사무국장 3명과 팀장 2명은 이러한 검사 공소사실과 공동정범 여부를 모두 인정했으나, 2명의 전·현직 원장은 공모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열린 2차 공판에서는 앞서 피고 측이 신청한 증인 2명(현 희망원 생활인 A 씨, 현 희망원 총무팀장 B 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되어 심리안정실 운영의 불법성 여부를 다퉜다.

대구시립희망원 내 심리안정실 ⓒ뉴스민

- “외부 잠금장치 제한적이었다” vs “격리조치 후 자살기도 한 사람도 있다”
 

1992년 10월 희망원에 입소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는 A 씨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총 네 차례 심리안정실에 격리 조치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는 2012년 1월 외출 후 복귀 지연(2일), 2013년 6월 외출 후 술 반입(15일), 2014년 5월 외출 후 음주 상태로 복귀(6일), 2015년 2월 외출 후 술을 마시고 복귀하지 않은 이유(9일) 등으로 총 32일간 격리 조치당했다. 또한 그는 2013년 이후 두 차례 신규생활동 생활관 대표(동장)를 하며 심리안정실 운영을 보조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A 씨는 자신이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심리안정실에 가게 된 것이며, 이에 대해 불만이 없다고 했다. 또한 처음 심리안정실에 들어갔을 때만 외부에서 문을 잠갔을 뿐, 그 이후에는 그런 일이 없다고도 했다. 자신이 동장으로 있을 때도 초반에만 문을 잠갔고 이후에는 잠그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문을 잠근 것도 밤 시간에 한정되었으며, 대변보러 갈 때 한해 복도에 대기하고 있는 당번이 문을 열어줬고 소변은 방 안에 소변통을 지급해 해결하도록 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담배 피우는 개수 정도를 제한했고, 담배 피우러 나갈 때와 매점에 갈 때, 거실에서 TV 볼 때 당번이 동행케 하는 등의 제약이 있었다고 했다.
 

총무팀장 B 씨도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심리안정실 담당 계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던 B 씨는 “심리안정실은 원칙적으로 낮 시간엔 개방했으며, 밤 시간에만 격리된 생활인의 상태에 따라 선별적으로 잠금장치를 활용한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또한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문제 되기 전에 이것이 인권침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심리안정실을 운영한 이유에 대해서도 B 씨는 “희망원은 노숙인시설이지만 정신장애인이 60%이며 알코올 중독자도 많다”면서 “인지력이 떨어지고 때로 과격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공동체를 유지하고 (일부 생활인들의 돌발적 행동으로부터) 약자의 위치에 있는 생활인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규칙위반 사실이 발견된 즉시 심리안정실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교육적, 치료적 조치를 우선 취하고 개선점이 없을 경우 심리안정실에 보내는 것”이라며, 격리조치가 신중한 사전 과정을 거친 결과였음을 강조했다.
 

반면 검사 측은 심리안정실 운영의 부당성을 집요하게 추궁했다. 검사 측은 반대 신문에서 A 씨에게 “원칙상 심리안정실에 배치되기 전에 윤리위원회를 열고 해당 생활인의 소명을 듣게 되어 있는데, 직접 윤리위원회에 나가 소명해 본 적이 있나”라고 물었으나, A 씨는 그런 적은 없다고 답했다. 사유서 작성 또한 사전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격리조치가 먼저 이뤄지고 난 후에 작성되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검사 측은 또 A 씨 진술과 다르게 “조사과정에서 나온 다수의 생활인 및 직원들의 증언을 보면, 밤이 아니라 낮 시간에도 잠금장치를 사용했고, 화장실에 가거나 밥 먹을 때만 열어줬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고, 이에 A 씨는 “(본인이 경험한 것 외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심리안정실에 배치되었다가 자살기도한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모른다고 했다.
 

판사는 A 씨가 동장을 할 때 처음에만 밖에서 문을 잠갔을 뿐, 두 번째부터는 잠그지 않았다는 부분을 캐물었다. 실제 잠금장치를 관리하는 일은 당번이 하는데, 이에 대해 판사가 “당번이 잠그는지 안 잠그는지 봤나”라고 묻자 A 씨는 “직접 확인은 못 했지만 해당 당번에게 잠그지 말라고 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판사는 “증인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건 당번들이 그 전엔 문을 잠갔기 때문 아닌가?”라며 “문을 잠그지 말라는 지시를 동장이 되고 첫날부터 했는가 아니면 며칠 지나고 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결국 A 씨는 “며칠 지나서”라고 진술했고, 판사는 “그럼 그 전에는 문을 잠갔다는 얘기가 된다”라고 정리했다.
 

- 심리안정실 운영규정, 각 시설 원장 결재받았다
 

한편, B 씨는 변호인 신문 과정에서 “심리안정실 격리조치에 대한 권한은 사실상 생활교사들이 갖고 있다”고 진술했다. 또한 사고경위보고서와 심리안정실 운영대장의 결재 라인도 생활교사-계장-과장-부장까지로 이어진다고 했다. 이는 현재 감금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원장 및 사무국장, 팀장들의 혐의없음을 주장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검사 측은 원장이 시설을 라운딩하는 과정에서 심리안정실의 존재 여부를 인지했다는 A 씨의 진술을 근거로 원장의 책임이 없다는 주장에 반박했다. 검사 측은 “결재라인에 없어도 구두를 통해 직접 원장에게 보고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라고 물었고, B 씨는 “그렇다”라고 시인했다. 특히 검사 측은 1997년 심리안정실 운영규정을 만들고 이후 두 차례 개정하는 과정에서 희망원 소속 시설 각 원장들의 검토, 결재, 승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기도 했다.
 

또한 B 씨는 노숙인시설 운영의 근거 법령인 보건복지부령 ‘부랑인 및 노숙인보호시설 설치 운영규정’에 심리안정실과 같은 격리감금방에 해당하는 규정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검사의 질문에 “몰랐다”고 답했다.
 

나아가 검사 측은 “전국 50개 노숙인시설 중 격리실 운영규정이 있는 곳은 희망원밖에 없다”고 했으나 B 씨는 과거 자신의 타 기관 견학 경험을 들며 “아닐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 또한 공판 말미에 “(검사의 주장은) 이번 희망원 사건이 알려지고 난 후 조사여서 다른 시설들이 기존에 있던 격리실을 최근에 폐지한 것일 수 있다. 최근 자료를 바탕으로 다시 따져보자”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 노인성 치매 환자를 병원에 보내지 않고 왜 심리안정실에 격리했나?

검찰 조사 결과 심리안정실에 가장 오랫동안 격리된 사례는 노인성 치매를 앓아 47일간 격리된 최 모 씨다. 이에 대해 B 씨는 본인이 조치한 사례는 아니라면서도 “행동장애가 심해 타 생활인에게 피해를 줘 격리조치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사 측은 “노인성 치매라면 병원에 보내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이 경우 격리가 처음부터 불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정신보건법에 따르면 격리 조치할 때에는 의사의 지시에 따르고 진료 대장에 이 내용을 기록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지켰나?”라는 검사의 질문에 B 씨는 “노숙인 시설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미숙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한편, 희망원은 지난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실태조사에서도 심리안정실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받은 바 있으나 전혀 개선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는 4월 10일 희망원 내 심리안정실이 운영되었던 생활관을 직접 방문해 현장검증을 진행할 것이라 밝혔으며, 이어 5월 12일에는 2차 공판에 출석하지 않은 한국노숙인복지시설협회 관계자를 증인으로 다시 불러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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