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8개역 엘리베이터 설치 불가능”… 결국 수직형 리프트로?
2022년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100% 설치 확보 방안 토론회 열어
8개역 ‘수직형 리프트’ 검토, 상일동역은 그마저 어려워… 장애계는 안전성 우려
등록일 [ 2019년09월12일 01시20분 ]
‘서울시 지하철 2022년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설치 100% 확보 방안 토론회’가 1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유리빌딩 4층 대강당에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열렸다. 장정아 아주대학교 공학박사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 박승원
지난 3일 광화문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면서 드디어 교통약자도 지상에서 지하철 승강장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1역 1동선’이 없는 곳이 서울지하철 중 24개역이나 되며, 이 중 8개 역사는 엘리베이터 설치 자체가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에 대해 장애계와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국토교통부가 한자리에 모여 논의했지만 사실상 ‘수직형 리프트 설치’로 잠정 결과가 내려졌다.
‘서울시 지하철 2022년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설치 100% 확보 방안 토론회’가 1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유리빌딩 4층 대강당에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주최로 열렸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수면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고로 장애인 부부가 사망한 일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부터다. 당시 분노한 장애인들은 거리로 나와 ‘장애인 이동권’을 외치며 온몸으로 투쟁했다. 장애계의 오랜 외침으로 2005년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되었다. 그 뒤 서울시에는 저상버스와 장애인콜택시 그리고 지하철역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하철에는 ‘살인기계’라고 불리는 휠체어 리프트가 운영되고 있어 변함없이 이동권에 대한 외침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에 서울장차연은 2014년 10월 광화문역사에서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설치 시민 모임’을 구성해 서울시 지하철 전 역사에 있는 휠체어리프트를 엘리베이터로 교체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출퇴근 선전을 진행했다. 이 투쟁을 계기로 서울시는 당시 양 공사(서울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와 서울장차연과 함께 민간협의 TF팀을 구성해 약 1년간 서울 시내 지하철 역사에서 엘리베이터가 미설치된 곳을 조사했다. 2015년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에는 모든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서울시 교통약자 이동권 선언’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당시 발표에서 서울시는 2022년까지 ‘1역 1동선’이 확보되지 않은 지하철 37개 역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약속했다. 1동선은 지상에서 대합실을 거쳐 지하철 승강장까지 하나의 동선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체계를 말한다. 그 결과 현재 서울교통공사의 ‘엘리베이터 1역 1동선 확보 추진현황 및 향후 계획’에 따르면 277개 지하철 역사 가운데 1동선을 확보한 역은 총 253개 역(91.3%)이다.
2015년 기준 243개역으로 시작해 최근 광화문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까지 10개 역사를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1동선을 확보하지 못한 역사는 24개역으로 상수(2020년 2월 공사완료), 남한산성(2020년 10월) 마천(2020년 2월) 등 8개 역은 공사 예정에 있다. 나머지 16개 역사 가운데 환기설비를 저촉한 4개역(마천, 종로3가, 구산, 남구로)은 기본설계를 완료했으며 주변 사유지 저촉 등 4개역(까치산, 대흥, 고속버스터미널, 복정)은 사유지 매입과 경사형 엘리베이터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지하철 2022년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설치 100% 확보 방안 토론회’가 1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유리빌딩 4층 대강당에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열렸다. 사진 박승원
- 7개 역사 수직형 리프트 설치 검토... 장애계 안전 문제 우려
문제는 16개 역 가운데 8개 역사가 양쪽으로 열차가 발착할 수 있도록 선로를 배치한 ‘섬식 승강장’이어서 엘리베이터 설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된 점이다. 해당 8개 역사는 강동, 광명사거리, 청담, 상월곡, 수락산, 봉화산, 새절, 상일동역 등이다. 서울시는 이들 가운데 상일동역을 제외한 7개 역에 ‘수직형 리프트’ 설치를 검토 중이다.
서울장차연의 추천으로 5월부터 약 7회 승강편의시설을 모니터링한 장정아 아주대학교 교수는 “8개 역사에는 9인승 엘리베이터조차도 설치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일차적으로 동의한다”라면서 “상기 8개 역은 섬식 승강장으로 승강장 설치가 협소하고, 상하부 거더(대들보)를 잘라내야 엘리베이터 설치를 할 수 있어 지속가능한 구조 안정성 측면에 문제가 있다”라며 한계를 지적했다.
수직형 휠체어 리프트의 안정성 문제는 큰 쟁점 거리다. 문애린 서울장차연 공동대표는 “수직형리프트는 오이도역 추락사고를 계기로 장애인들에게 ‘살인기계 리프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라며 “느린 속도와 적은 탑승인원 등 특성은 차치하더라도 무엇보다 ‘안전하지 않다’라는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고 우려를 보였다. 이어 “대안이 수직형 리프트뿐이라면 그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최대한 안전성에 대한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방법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장 교수는 “휠체어 리프트는 2012년부터 승강기 안전관리법상의 ‘승강기검사기준’으로 관리되어 오고 있다”라며 “비상정지장치, 승강장문 잠금장치 등 안전장치가 존재하고, 일반 엘리베이터와 동일하게 중증장애인 혼자 이용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높이는 4m 이하로 역사 한 개 층만 운영하도록 설치할 예정이라 기존 인명사고와 같은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전했다.
- 수직형 리프트조차 설치하기 어려운 상일동역, '1.5m 폭 확보' 설계지침 관건
한편, 수직형 휠체어 리프트조차도 설치하기 어려운 곳이 있다. 바로 상일동역으로 이마저도 세워지지 않으면 경사형 리프트는 그대로 남게 된다. 국토부 ‘도시철도 정거장 및 환승∙편의시설 설계지침’은 재난 및 화재상황 등에 대처 가능한 연단거리 폭을 1.5m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수직형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하면 연단거리는 1.28m만 남아 현재 규정 기준의 85% 수준에 불과하게 된다.
다만, 장 교수는 “보행자끼리 서로 멈추거나 비켜서지 않고 지나갈 수 있는 공간, 보행자가 걸음을 멈추고 한쪽으로 비켜선 채로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는 최소폭은 1.2m”라면서 “1.28m는 보행자의 원활한 보행과 휠체어 통행이 가능한 최소폭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최규열 국토부 광역시설운영과 주무관은 “서울시에서 ‘상일동역 수직형 리프트 설치는 안전규정에 저촉되어 설치가 어렵다’고 말했다. 장 교수가 완화정책 요구를 한 차례 제안했지만 곤란하다고 답한 뒤 서울시와의 추가 협의는 없었다”라면서 “서울시나 서울교통공사가 협의하고 요청한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 추진 방향을 잡겠다”라고 밝혔다.
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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