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긴급구제 결정 공식화
만 65세 되어 활동지원 못 받는 중증장애인 3인, 긴급구제 권고 결정
인권위법에서 긴급구제 이행 강제할 방법 없어… 활동지원법 개정 이뤄져야
등록일 [ 2019년10월14일 16시56분 ]
지난 9월 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접수한 진정인들의 모습. 오른쪽부터 박김영희 장추련 상임대표, 김순옥 씨, 김용해 씨, 송용헌 씨. 사진 허현덕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14일, 만 65세가 되어 활동지원서비스(아래 활동지원)가 중단된 중증장애인 3인의 긴급구제 결정을 공식적으로 공표했다. 이는 실제 인권위에서 긴급구제 결정이 난 지 19일 만의 발표이자, 중증장애인들이 긴급구제 진정을 한 날로부터는 39일이 지났다.
진정인 김용해(6월 13일, 서울), 김순옥(7월 7일, 부산), 송용헌(8월 10일, 서울) 씨는 모두 1954년생으로 올해 만 65세가 되어 생일을 넘김과 동시에 활동지원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서비스(아래 노인요양)로 강제전환 됐다. 현재 김순옥 씨는 하루 14시간에서 4시간으로, 김용해 씨는 하루 20시간에서 3시간으로 대폭 서비스 시간이 삭감됐다. 송용헌 씨는 지자체 지원을 합해 하루 24시간의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았지만, 노인요양 신청을 거부함으로써 현재는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활동지원 중단으로 죽음에 내몰린 이들은 지난 9월 5일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진정했다. (관련 기사: 만 65세 연령제한으로 ‘죽음’에 내몰린 장애인들, 인권위에 긴급구제 요청) 이에 인권위는 같은 달 25일 이들에 대해 긴급구제를 결정한 바 있다. (관련 기사: 인권위 ‘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긴급구제 권고하기로 결정)
인권위법 제48조(긴급구제 조치의 권고)에 따르면, 위원회는 진정을 접수한 후 조사대상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그 진정에 대한 결정 이전에 진정인이나 피해자의 신청에 의하여, 또는 직권으로 피진정인, 그 소속기관 등의 장에게 긴급구제를 권고할 수 있다.
인권위는 진정인들의 긴급구제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결정문을 통해 “서비스 공백으로 활동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건강권과 생명권을 보장받지 못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서울특별시장과 부산광역시장에게 만 65세가 된 장애인이 활동지원이 중단되어 일상생활 유지 곤란으로 생명 또는 건강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결정문에서는 정부의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정책 이행을 강조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국가가 ‘탈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 환경 조성’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그에 따른 사업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합리적인 근거 없는 연령기준을 설정해 만 65세 이상이 되면 장애에 따른 돌봄책임을 방기하는 것은 이들을 다시 시설로 복귀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라며 “이는 책임 있는 국가의 자세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 및 행복 추구권의 전제가 ‘자기결정권’”이라며 “헌법 제14조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장애인 거주시설로의 입소는 피해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적절한 방안이라고 할 수 없다”고도 못 박았다.
따라서 인권위는 국가와 지자체에 이번 차별 시정에 대해서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가 제공될 수 있도록 기술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 등 ‘적극적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거듭 주문했다.
그러나 인권위의 권고를 복지부와 지자체가 수용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인권위법 제44조에 따르면 일반 권고를 받은 단체와 지자체에 대해서는 90일 이내에 권고사항 이행계획을 밝히도록 하고 있지만, 긴급구제는 그러할 의무가 없다. 수용한다고 해도 진정인 세 명에 대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장애계가 현재 국회에 발의된 ‘활동지원법 개정안 통과’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이유다.
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http://www.beminor.com/detail.php?number=13933&thread=04r04